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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 목차 ]
관광이 끝나고,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
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.
렌터카 반납 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
무작정 근처 식당을 검색했다.
“고기국수 맛집”이라는 익숙한 단어가 뜨고
길가에 줄이 서 있는 작은 국수집 하나를 찾았다.
처음엔 기대 없이 들어갔고,
그냥 허기를 달래려 했다.
하지만 첫 국물 한 숟갈을 입에 넣는 순간,
이게 ‘식사’가 아니라
‘감정’이 된다는 걸 느꼈다.
뜨끈한 육수, 푸짐하게 올라간 돼지고기,
쫄깃한 면발과 김가루, 그리고 다진 마늘까지.
모든 것이 단순하지만
이상하게 마음을 데워주는 맛이었다.
그 지역의 음식을 먹는 건, 풍경을 삼키는 일이다
많은 이들이 제주 여행을 얘기할 때
오름, 바다, 카페, 감성숙소를 떠올린다.
하지만 진짜 제주를 맛보려면
‘현지인들이 먹는 음식’을 따라가야 한다.
고기국수는 제주의 소박한 일상이다.
제사 음식으로 시작된 고기 육수에
소면이 아닌 굵은 면을 넣고
배추김치 한 점 얹어 먹는 그 식사 방식은
제주의 기후, 사람들, 식재료가
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결과다.
그릇을 비우는 동안
이게 단순히 한 끼가 아니라
이 섬의 공기와 시간과 정서를
내 몸에 넣는 일 같았다.
그 순간,
‘관광’은 끝나고
‘여행’이 시작됐다는 생각이 들었다.
한 그릇의 국수에 담긴 ‘작은 여행의 철학’
누구나 제주에서 고기국수를 먹을 수 있다.
하지만 그걸
‘배고파서 먹는 식사’로 할 수도 있고,
‘기억으로 남는 경험’으로 바꿀 수도 있다.
그 차이는
느리고 진심 있게 먹는 태도에서 나온다.
면을 끊어 먹으며,
주방에서 연신 국물을 끓이는 소리와
옆자리 현지 어르신의 말투에 귀 기울이다 보면
이 식당 안이
그 어떤 관광지보다
더 많은 제주의 속살을 보여준다.
여행을 멋지게 만드는 건
대단한 명소나 비싼 음식이 아니다.
한 끼를 대하는 마음,
그 안에 담긴 일상의 온기,
그리고 그 순간을 곱씹는 여유다.
이번 제주 여행에서
기억에 남는 건
오름 정상도, 해변 드라이브도 아니었다.
그저 고기국수 한 그릇.
그 속에 담긴 제주의 ‘맛’과 ‘시간’이었다.